병원장님, 경영 회계를 아시나요?
같은 조건의 병원인데 왜 손익 차이는 이렇게 클까?
개원하려는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는 늘 비슷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얼마 들까요?”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올까요?”
당연히 궁금한 질문이고 사실 대답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궁금한 건 내가 지금 들어가려는 입지 또는 내가 생각하는 개원 모델에서 손익이 어떻게 나뉘는가에 대한 궁금함이 핵심일 겁니다.
비슷한 규모, 비슷한 장비, 비슷한 진료를 하는데 누군가는 안정적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매달 숫자에 쫓깁니다. 왜 같은 병원인데, 병원별 손익은 다를까요? 이 차이는 실력이나 성실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영 회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겪는 문제입니다.
매출을 고민하기보다 먼저 ‘재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급여, 임대료, 관리비, 약제비, 기타 등등 병원은 매달 구조적으로 돈이 빠져 나갑니다. 병원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무관하게 반복되는 고정 지출입니다. 경영 회계에서는 이런 비용을 고정비라고 부릅니다.
이 고정비는 개원 전에 이미 대부분 결정됩니다. 입지에서 승패 갈린다고 입지가 좋은지 안 좋은 지만 보고 있다가 또는 그냥 마냥 (경영 회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대부분의) 컨설팅에만 맡겨두고 디테일을 놓치고 있다가는 건물주나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배만 불리게 됩니다.
경영 회계 관점에서 보면 병원의 손익은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 이익이 고정비를 얼마나 상회 화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쉽게 말해 “하루 하루 벌어들이는 돈에서, 환자 한 명 볼 때마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임대료,인건비,장비리스비)을 빼는 지점인건데 이 구조 설계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내가 이익을 내는 시점이 A병원은 매달 10일차 이후, B병원은 15일차 이후, C병원은 20일차 이후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개원비 10억 정도 보고,
“월 매출 2억이면 안정적으로 운영 할꺼야.”
“개원 초반 좀 고생하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좀 더 욕심을 내면 2,3원장도 들이고, 블록커도 고용해보고 그러면 나도 남부럽지 않은 성공한 병원장이 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상상만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같은 매출이라도 1인 진료인지, 2인 진료인지, 블로커를 쓰는 구조인지, C-arm 중심의 하이브리드인지에 따라 매출상으로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경영 회계에서는 이를 영업 레버리지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일수록 매출이 늘 때는 빠르게 이익이 커지지만, 매출이 줄 때는 이익이 더 빠르게 무너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매출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하기 전에 “매출이 어떤 비용 구조 위에 올라가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역시 뭔가 어렵게 여겨질 터라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헌 이익은 아까 (매출 – 변동비)라고 말했습니다. 이 공헌 이익이 고정비 (임대료·고정급 인건비·리스·관리비등)를 상회할 때부터가 내 수중에 남는 이익이자 내가 나에게 주는 월급이 되는 셈입니다.
계산하기 편하게 월 매출 1억이라고 치고 아래 예시를 보겠습니다. 같은 매출 1억인데, 구조가 다른 병원 2개가 있습니다.
A병원 (고정비 낮은 구조)
- 월매출: 1억
- 변동비: 3,000만 (약제·소모품·외주·건당수당 등)
- 공헌이익: 7,000만
- 고정비: 5,500만 (임대료+고정급 인건비+리스 등)
- 영업이익: 1,500만
B병원 (고정비 높은 구조)
- 월매출: 1억
- 변동비: 3,000만 (A병원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 공헌이익: 7,000만
- 고정비: 6,800만 (임대료+고정급 인건비+리스 등)
- 영업이익: 200만
둘 다 매출 1억인데, B는 고정비가 높아서 이익이 거의 안 남습니다. 보통 경쟁이 심한 상권에 들어가면 365 깃발도 꼽아야 하고 마케팅도 빡세게 해야하고 하니 B병원 같은 셋팅을 하기 쉽습니다. 사실 요즘 개원하는 모든 병원은 B병원 셋팅을 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봐야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솔루션은 후술하기로 하고, 일단 이와 같은 구조에서 원장이 갑자기 독감에 걸렸거나, 경쟁병원이 매일 야간 10시까지 진료한다고 하면서 거의 다 죽자고 달려들거나, 지독한 진상을 만나 매일같이 병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해서 매출이 10% 떨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병원(고정비 낮음)
- 매출 9,000만
• 변동비 2,700만
• 공헌이익 6,300만
• 고정비 5,500만(고정이라 그대로)
• 영업이익 800만
B병원(고정비 높음)
- 매출 9,000만
• 변동비 2,700만
• 공헌이익 6,300만
• 고정비 6,800만
• 영업이익 -500만(적자)
겨우 매출 10%가 줄어들었을 따름인데 바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게 됩니다. 즉,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무너지는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이게 바로 영업 레버리지가 큰 구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매출이 조금만 약세로 돌아서도 바로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로 경영자 입장에선 ‘끊임없는 공포의 그림자’를 달고 살아야 하는 셈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자님 말씀이고 이런 저런 개원 강의에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내용일 겁니다.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봅시다.
대부분이 경쟁 상권인 요즘 신규 개원 병원은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첫째, 도수,물리치료,장비 최소 3종 이상, 넓은 대기 공간과 치료실, 야간 또는 주말까지 진료하는등 요즘은 환자가 기대하는 최소 스펙이 이미 높습니다.
둘째, 거의 공식화된 개원 10억, 100평대, 이미 필라테스 기구를 타고 있는 물리치료사에 간판엔 이미 365라는 숫자가 거대하게 걸려 있습니다. 경쟁병원들이 이미 고정비를 잔뜩 높여준 상태입니다. 나름 오래 버티는 구조를 설계하겠다며 A병원 구조 셋팅하면 선택 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셋째, 마케팅도 치열합니다. 지역명 들어간 키워드 입찰가는 이미 충전한지 무섭게 또 충전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이런 저런 업체들이 너무 많다보니, 네이버플레이스는 아무리 노력해도 상위권에 들 수가 없습니다. 나름 상향 평준화된 퀄리티들에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까지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결국 B병원이 아니라 B+∝ 병원으로 셋팅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컨설팅 수수료까지. 이쯤되면 봉직의 시절이 좋았음을 추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솔루션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고정비를 높게 셋팅하고 들어가야 한다면 단계적으로 통제장치를 만들어둬야 합니다.
첫째, 생각하는 TO보다 1명~2명 정도 부족하게 셋팅 하세요. 그리고 개원 초 매출 추이를 지켜보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단계별 목표치에 도달한다 싶으면 그때 가서 사람을 뽑는 식으로 채용토록 합니다. 어떤 사람은 1.5명의 몫을 하고, 어떤 사람은 0.5명의 몫을 하듯, 사람마다 역량은 다 제각기입니다. TO를 단순히 머릿수로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뽑을 타이밍이 애매해 정 여의치 않은 상황엔 데이 파트타임을 고용해도 괜챦습니다. 그 편이 노무적 부담도 훨씬 덜 합니다.
둘째, 추세 연동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합시다. 인건비 설계를 할 때 인센티브를 최대한 폭넓고 다양하게 그리고 매출 구간별로 촘촘히 설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매출의 증감에 따라 인센티브의 변동성도 달라지므로 조직의 적극성도 좋아지며 경영 측면에서 탄력적인 대응도도 높아집니다. 월급 루팡을 양산하는 건 얼기설기 대충 설계된 인센티브나 고정급도 한 몫 합니다.
셋째, 환자가 몇 명인지 보다 환자 한명에게 얼마의 진료비를 받아낼 것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환자의 머릿수는 여러가지 요인 (계절,환경,경쟁,민원,기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모든 의사들에게 주어진 진료시간은 같습니다. 같은 시간에 누가 더 많은 환자를 보느냐가 아니라 같은 시간에 누가 더 많은 인당 진료비를 뽑아냈는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있어 환자가 해당 진료비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누리는 선에서 뽑아 냈는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A의사는 1시간에 10명의 환자를 정신없이 보고 100만원의 수익을 냈는데 그 중 5명만 재진을 오고, B의사는 1시간에 5명의 환자를 보고 같은 100만원의 수익을 냈는데 5명의 환자가 충분히 만족해하며 5명 그대로 다시 재진을 왔다면 어떤 게 더 경영 입장에서 나은 선택지일까요?
넷째, 병원의 모든 공간과 모든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매출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둬야 합니다. 장비는 쉴새 없이 돌아가야하고, 모든 팀은 환자 접점에서 환자의 치료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떻게 오더를 내고, 어떻게 환자를 돌릴지등에 관한 디테일 없이 그냥 (대부분의 담당자들이 충분한 Knowledge가 없는 수준의) 컨설팅이 하란다고 무턱대고 다 들여놓은 장비는 나중에 무의미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마는데 이러면 그 공간은 기회 비용마저 상실한 죽은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마찬가지로 TO에 대한 충분한 시뮬레이션 없이 사람을 뽑아 놓으면 일정 인원은 역할 없이 놀게되고, 이렇게 역할 없이 노는 인원들은 비전을 잃게 되고, 비전을 잃은 직원들은 쉽게 흑화되어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은 문제가 생길 일이 없습니다.
다섯째, 위의 첫째부터 넷째 까지를 명심해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낮게 잡아두고, 최대한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셋업 하시기 바랍니다.
실제 경영 현장은 계절을 타고, 경쟁병원을 타고, 원장 컨디션을 타고, 환자들간 입소문을 탑니다.
매출은 맑은 바람에도, 비 바람에도 이리저리 나부낍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